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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이 없다는 사람들

뒤끝이 없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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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뒤끝이 없다는 사람들. 어쩌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은 그렇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본인 스스로 자신은 뒤끝이 있는 사람이라고 고백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뒤끝 있다고 말한 사람을 만나본 적이 가끔 있기는 한데 별로 없었습니다. 뒤끝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니 ‘좋지 않은 감정이 있은 다음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감정’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좋지 않은 감정을 잊지 않고 오래 간직하고 있는 것은 뜻 자체로만 생각해보면 경우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겠는데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뒤끝이란 말에는 소극적인 복수나 적극적인 복수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코 좋은 어감의 말이 아닙니다.
뒤끝이 없다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 보면 자신들은 다툼이나 불미스러운 일로 생긴 좋지 않은 감정도 그 때 뿐이지 바로 잊거나 마음에 두지 않는다고 자랑삼아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좋지 않은 감정이 생기는 경우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자신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고 상대방으로부터 상처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에는 대부분 쉽게 잊게 되고 또 기억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상처를 주면서 생겼던 좋지 않은 감정들은 잊혀지게 되고, 뒤늦게 상처 받은 사람이 이 상처를 드러내면 자신은 이미 모든 것을 잊었다고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상대에게는 이미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을 이제까지 간직하고 다시 꺼내냐고 뒤끝이 대단하다고 면박을 주기까지도 합니다.
뒤끝이 없다는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상처를 받게 되면 상대가 자신의 마음에 ‘못을 박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무에 못을 박으면 쉽게 뺄 수가 없습니다. 뺀다고 하여도 뺀 자리에는 구멍으로 자국이 남아있게 됩니다. 즉 오래 간다는 말입니다. 결코 뒤끝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뒤끝이 더 강하고 오래 가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자신이 받은 상처에 대해 날짜며 내용 등을 일일이 기록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결국 사람은 모두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자신을 규정하고 위안을 받으려고 합니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충고에 충실하여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며 파악하려고 하지만 자신의 모습은 요즈음 말로 쿨(cool)하고 근사하게 보이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마음이며 여기에 반하여 부정적인 모습은 감추려는 경향이 있어서 결코 뒤끝이 있는 사람이 되기를 거부하려고 합니다. 이렇듯 인간 관점은 객관적일 수 없어서 유리하게 보는 자신의 모습을 진실한 모습으로 여기고 위안이나 자부심을 가지고 사는 것 같습니다. 타인의 눈에 비치는 모습은 뒤끝 작렬이라고 모두가 두려워하고 피하는 존재인데 정작 자신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뒤끝 없는 사람으로 자신을 여기고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기도 합니다.
가끔 본인은 뒤끝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며 부정적인 자신을 인정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인정이 용서라는 행위로 표출되기도 하지만 뒤끝의 속성 중의 하나인 복수라는 행위로 적극적이거나 소극적으로 표출되기도 하여 긍정적인 의미라고만은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뒤끝이 없다고 하면서 뒤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보다는 나은 모습입니다.
뒤끝이 정말로 없을 수 있을까요? 원수를 사랑할 수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강원웅, 전 휴스턴한인학교장 (wonysemai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