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커버스토리 미국서 ‘흑수저’가 ‘금수저’ 되려면
대학···더 좋은 대학 졸업해야
미국서 ‘흑수저’가 ‘금수저’ 되려면대학···더 좋은 대학 졸업해야

미국서 ‘흑수저’가 ‘금수저’ 되려면
대학···더 좋은 대학 졸업해야

0
0

교육은 계층이동의 ‘사다리’로 인식되어 왔다. 예전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처럼,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한 극빈자 가정 자녀라도 열심히 공부해 일류대학을 나오면 적어도 부모들처럼 고생은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을 졸업하면 저소득층 자녀는 중산층으로 계층이동이 가능하고, 중산층은 고소득층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옛날 우리의 부모들은 자녀를 도회지 대학으로 보내고 학비를 대기 위해 소를 팔거나 생계의 수단인 전답까지도 팔았다.
계층상승을 위해 교육, 즉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 것은 한국의 상황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에서도 저소득층에서 고소득층으로 계층을 상승시키려면 대학을 가야하고, 대학을 가더라도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계층상승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사실이 대학 교수들의 연구로 또 다시 증명됐다.
스텐포드대학과 브라운대학, 그리고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학 등의 교수들이 공동으로 진행해 지난 1월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자녀가 대학에 진학할수록 부모의 소득수준보다 높았고, 아이비리그대학을 졸업한 극빈자 가정의 자녀가 전문대학을 졸업한 소득수준 상위 10% 이상의 자녀보다 수입이 ‘훨씬 더’ 높았다.

 

같은 수준의 대학은 차이 없어
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소득수준이 각기 다른 자녀들이 같은 수준의 대학에 진학했을 때 대학졸업 후 소위 ‘흑수저’로 불리는 저소득층 자녀의 소득수준은 소득수준 상위 10% 이상의 ‘금수저’ 자녀들보다 높지 않았다. 다시 말해 2년제 전문대학을 졸업한 흑수저 자녀의 소득은 같은 전문대학을 졸업한 금수저 자녀의 소득보다 낮았다. 역시 어스틴 소재 텍사스대학을 졸업한 흑수저 출신 자녀의 소득은 금수저 출신 자녀의 소득보다 낮았다. 또한 하버드대학 등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한 흑수저 출신 자녀의 소득도 금수저 출신 자녀의 소득을 따라가지 못했다.
따라서 흑수저와 금수저 자녀들이 비슷한 수준의 대학을 졸업했을 경우 금수저 자녀들의 소득이 훨씬 더 높았다.

더 좋은 대학 더 높은 소득
대학의 수준에 따라 흑수저든 금수저든 소득에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사진 ① 표시에서 보는 대로 부모의 소득수준이 최하위인 20%(1st Quintile)에 속하는 자녀가 2년제 전문대학을 졸업했을 때 45퍼센타일을 조금 상회하지만,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4년제 대학 졸업자는 50퍼센타일 가까운 소득을 올렸다. 대학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최하위 소득자 자녀의 소득도 증가했는데, 사진의 ①번 표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한 최하위 계층의 자녀 소득은 70퍼센타일을 상회했다.
부모의 소득수준이 최상위(5th Quintile) 20% 이상에 속하는 자녀들의 경우에도 어느 대학을 졸업하느냐에 따라 소득수준에게 커다란 차이를 보였다. 다시 말해 평균적으로 아무리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어도 자녀가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 2년제 전문대학을 졸업한 금수저 자녀의 소득은 55퍼센타일을 넘지 못했지만,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한 금수저 자녀의 소득은 80퍼센타일 가까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더 좋은 대학을 졸업할수록 소득이 더 높을 가능성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사진의 ②번 표시에서 볼 수 있듯이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한 소득수준 최하위(1st Quintile) 계층의 자녀의 소득은 경쟁이 높지 않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최상위(5th Quintile) 20%에 속하는 자녀의 소득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흑수저 자녀가 열심히 공부해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했을 때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그렇고 그런 대학을 졸업한 금수저 출신 자녀보다 소득이 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이비리그는 바늘구멍
좋은 대학에 진학한 자녀들의 소득이 높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상식에 속하는 것으로 부모들은 가급적 자녀들이 아이비리그 등 엘리트 대학에 진학하도록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아이비리드 등 소위 초 엘리트 대학은 하위계층의 자녀들이 들어가기엔 문이 너무 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하버드대학을 예로 들었는데, 부모의 소득이 상위 20% 이상인 자녀의 하버드대학 합격률은 무려 70.3%였지만, 부모의 소득이 하위 20%인 자녀의 하버드대학 합격률은 3%에 불과했다. 더욱이 소득이 상위 1%인 슈퍼부자들의 하버드대학 합격률은 15.4%였다.
하버드대학 등 소위 초일류 엘리트 대학은 ‘동문자녀 특례입학’(legacy preference)을 정책적으로 운용하고 있고, 기부입학도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부모가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자녀의 하버드대학 입학은 그렇지 않은 자녀보다 훨씬 더 수월하다. 그러나 부모의 소득이 하위 20% 이하인 자녀들은 3%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또 다른 흑수저들과 무한경쟁을 해야 한다. 그래도 이런 경쟁을 뚫고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하면 더 높은 소득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이번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구대상, 1980년대 출생자
교수들의 이번 연구는 부모가 국세청에 소득세를 신고할 때 1980년부터 1982년 사이에 출생한 부양자녀가 있다고 보고한 가정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조사대상에 포함된 자녀들의 수가 1,100만명에 이르러 연구의 신뢰성과 유효성을 높였다.

양동욱 기자